Marie-Louise von Franz
Von Franz: ISTP/INTP 내향적 사고형
ISTP/INTP
1. 주기능 Ti
내향적 사고형(ISTP/INTP), 이 유형의 주요 관심사는 외부 객체에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을 탐구하는 데 있다. 사실보다는 관념을 명확히 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바로 이 내향적 사고형이다.
생활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그의 바람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방황하면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관념에서 출발할지, 그리고 그 관념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즉, 우리 사고의 배경을 확실히 이해함으로써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철학은 관념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며 인간 사고의 논리적 진행 과정을 탐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내향적 사고형이 주로 집중하는 영역이다.
과학적 연구에 있어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동료들이 실제적 실험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시시때때로 기본적 개념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또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을 관념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리학에서는 응용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이론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따로 있다.
온갖 학문에 있어서 각 학문 분야의 기본적인 이론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는 법이다. 외향적 역사학자(미술역사학자)는 실제 사실을 알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내향적 유형은 예술작품을 판단할 권리를 누가 가질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그의 주장은 우선 예술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향적 사고형은 항상 주관적 관념으로 돌아간다. 즉 모든 일에서 주체가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2. 외향화된 감정 Fe
내향적 사고형의 감정은 외향화되어 있다. 그는 외향적 사고형처럼 강력하고 충실하며 따뜻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내향적 사고형의 감정이 뚜렷하게 객체에게로 흐른다는 점이다.
외향적 사고형은 아내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릴케처럼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당신은 알 바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반면에 내향적 사고형의 감정은 외부의 개체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릴케식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니 이건 당신과 관계된 일이에요. 아니, 내가 반드시 당신과 관계된 일이 되도록 만들 거예요.”라고 말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제외하면, 내향적 사고형의 감정은 외향적 사고형의 열등 기능인 감정과 마찬가지로 예/아니오 또는 사랑/증오와 같이 매우 흑백 논리적으로 판단한다.
이들의 열등기능인 감정은 타인이나 집단의 분위기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두 유형 모두 열등 기능인 감정이 완고한 특징을 보이는데, 특히 외향적 사고형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지속적인 충성심을 지니고 있다.
3. 열등기능 Fe
내향적 사고형의 외향적 감정도 마찬가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이들의 감정이 숨겨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등기능인 감정은 긍정적으로 보면 매우 충실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지나치게 완고하다.
이는 마치 접착제처럼 끈적끈적한 감정의 흐름을 보이는데, 마치 개가 주인에게 보이는 맹목적인 애착과 같다. 이런 감정을 받는 쪽에서는 때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향적 사고형의 열등기능인 감정은 화산의 용암과도 같다. 비록 매우 천천히 흐르지만,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황폐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열등기능인 감정 기능은 원시적 기능의 온갖 장점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엄청나게 진실되고 따뜻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내향적 사고형이 사랑을 하게 되면 거기에는 계산적인 것이 없다. 그 사랑은 완전히 애타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원시적인 사랑이다. 이 유형의 열등기능인 감정 기능은 어미 사자가 새끼와 장난치고 싶어 하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어미 사자는 새끼를 비벼대고, 카르랑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새끼를 들어올리거나 손으로 쳐서 넘어뜨리거나 새끼의 얼굴을 핥아주거나 한다.
여기에는 아무런 계산이 없다. 이것은 감정의 표현일 뿐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이와 같이 계산이 없는 행동인 것이다.
4. 분화된 감정 기능과의 차이
두 가지 사고형(Te, Ti) 모두 열등기능인 감정은 계산이 없는 순수한 감정인 반면, 분화된 감정(Fe, Fi)을 가진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계산적이다. 그들은 감정에 항상 자아를 조금씩 섞어 넣는다.
나는 함께 일하기 힘든 상사를 둔 한 타이피스트를 만났는데, 그녀가 어떻게 하루라도 그런 공포스러운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형이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하길, 그가 상사이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또한 가까이서 보면 그에게도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 가능성을 보고 인정하는 것은 감탄할 만한 일이지만, 그녀의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계산적인 면이 있었다. 그녀는 그 상사 밑에서 계속 일하기를 원했기에 의도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가지려 노력했던 것이다.
이는 사고형의 열등 감정 기능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폰프란츠-INTP)의 경우라면 절대 참지 못했을 것이다. 차라리 굶어 죽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이처럼 열등 감정 기능과 분화된 감정 기능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감정형은 이 무서운 상사에게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여 함께 일하는 것을 견뎌낸다. 그녀는 내가 발견한 부정적인 면들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야근을 시키지 않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녀는 이러한 긍정적 요소들을 발견했기에 그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5. 반대 유형의 부정적 투사
『심리 유형론』에서 융은 유형 간의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금 예로 든 여직원을 계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행동 동기를 설명했을 뿐이며, 그러한 판단은 반대 유형이 가진 부정적 투사에 불과하다.
그녀가 상사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졌다고 해서 기회주의자이거나 계산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그녀가 분화된 감정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며, 그렇기에 그녀는 극단적인 감정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가치 있는 것에도 부정적인 면이 있음을 이해한다. 현실에서는 모든 것이 흑백이 아닌 회색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철학적 태도다. 내가 계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고 언급한 것은, 내향적 사고형이 주로 부정적인 면을 보는 반면, 감정형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입장을 취할 줄 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