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Louise von Franz
Von Franz: ESTJ/ENTJ 외향적 사고형
ESTJ/ENTJ
ESTJ/ENTJ 외향적 사고형
외향적 사고형(ESTJ/ENTJ), 이들은 백과사전을 편찬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래된 자료를 발굴하고, 과학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정확성, 나태함, 모호한 표현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외향적 사고형은 분명한 태도로 질서를 확립하며 “우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그들은 외부 상황에 명확한 질서를 부여한다. 사업 상담에서도 먼저 기본적 사실을 파악한 후, 대처 방안을 검토할 것을 강조한다.
변호사의 경우, 그는 소송 당사자들의 혼란스러운 진술들을 경청한 뒤 주기능인 사고를 통해 진정한 갈등과 위장된 논점을 구분해낸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이다. 변호사는 민주주의나 국내 평화와 같은 이념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그의 온 마음은 외부의 객관적 상황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 특정 문제에 대한 주관적 태도나 관념을 물어보면 당황해할 것이다. 그들은 삶의 이러한 측면에 관심이 없고, 개인적 동기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들의 무의식적 동기를 살펴보면, 평화, 박애, 정의에 대한 다소 순진하고 유치한 신념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물어본다면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는 크게 당황하며 “너무 바빠서”라는 핑계를 대고 당신을 사무실 밖으로 내보낼 수도 있다.
주관적 요소는 그의 인격의 뒷마당에 숨겨져 있다. 그의 숭고한 이상향은 열등 기능인 감정 영역 안에 잠겨 있다. 그의 이상적인 목표는 신비스러운 감정으로 묶여 있어서, 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 그는 특정 이상이나 사람에 대해 감정적 연결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이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이 유형의 사람은 평생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을 재건하며, 상황을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지만, 생애 말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쓸쓸히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이때 그는 자신의 열등 기능인 감정에 빠지기 쉽다.
내향화된 감정 Fi
내향화된 감정은 주기능으로 작용할 때조차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들 수 있다.
그의 시에 나오는 구절: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나 당신은 알 바 아니에요.” 이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를 위한 사랑이다. 감정이 매우 강렬하지만 대상을 향해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는 오히려 자기 안에 머무는 사랑의 상태와 비슷하다. 그래서 이러한 감정은 쉽게 오해받기 마련이고, 이런 사람들은 매우 냉정해 보이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감정이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에 오히려 주변 사회에 보이지 않는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는 그들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확고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감정형의 사람은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이 가치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며 행동한다. 이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열등기능 Fi
열등기능인 감정의 경우, 더욱 깊이 숨겨져 있으며 더욱 절대적인 성격을 띤다. 내가 언급했던 변호사는 정의에 대한 자신만의 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미묘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의 정의에 대한 숨겨진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영향력은 그의 운명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외향적 사고형의 내면에 자리 잡은 내향적 감정은 보이지 않는 강한 충성심으로 발현된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정도의 소소한 표현만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된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에 절대적인 충실성을 보인다.
이러한 감정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외향적 사고형은 겉으로 풍부한 감정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의 경우, 열등기능인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조국에 대한 뿌리 깊은 애국심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은 원자탄 투하와 같은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의식적이고 개발되지 않은 감정은 야만적이고 절대적이다.
이로 인해 외향적 사고형에게서 억눌려 있던 파괴적인 광신적 열정이 갑작스럽게 분출될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감정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는 자신이 주장하는 내적 가치관에 대하여 의심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일에 대해 감정적 입장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내면의 가치관은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