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Louise von Franz

Von Franz: ENTP/ENFP 외향적 직관형

ENTP/ENFP

주기능 Ne

 
직관은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신화에서는 직관을 흔히 코로 상징하는데, 이는 “냄새가 난다”는 표현처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직관이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 즉 상황의 이면에 숨겨진 미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는 능력이다. 외향적 직관형(ENTP/ENFP)은 이 능력을 외부 세계에 적용하여 주변에서 일어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뛰어나다.
 
이들은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모여드는데, 이는 정신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늘 시대를 앞서가며, 창조적 예술가들처럼 미래를 만들어간다. 창조적 인재가 없는 사회는 쇠퇴할 수밖에 없기에, 미래와 그 잠재적 가능성을 실제로 감지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적 인격의 소유자다. 
 
외향적 직관형은 마치 바람의 냄새로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듯, 지금은 무명인 어떤 화가나 작가가 미래의 명사가 될 것임을 알아차린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매력적인 존재가 된다. 창조적 사람들은 대체로 내향적이라서 자신들의 창조적인 일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에 그들의 업적을 드러내놓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일 자체가 그들의 에너지를 너무나 많이 빼앗아가기 때문에 그들의 일을 어떻게 세상에 알릴 것인지,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더욱이 어떤 것이든 인위적 행위는 창조 과정을 망쳐버린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흔히 외향적 직관형의 사람이 이런 내향적 창조적인 사람의 주변에 모인다. 그러나 외향적 직관형이 일생 남의 창조적인 일의 주변적인 일만 하게 되면 그는 그나마 지니고 있는 자기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창조능력을 내향적인 그 예술가에게 투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얼마 가지 않아 그는 자신의 외향적인 행동을 중지해야만 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 이제,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 하더라도, 과연 나의 창조성은 무엇인가?” 그렇게 되면 그는 자신의 열등 기능인 내향적인 감각 기능으로 빠지게 된다. 외향적 직관형은 타인의 창조성을 보살펴 주는 일 대신 자기 자신의 열등기능인 내향적 감각 기능을 보살펴야 하고 거기에서 무엇이 나올지 신경을 써야 한다.
 

주기능의 일방향적 모습

 
직관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멀리서 모호한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무의식으로부터 통찰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직관형은 눈을 살짝 감고 적당한 거리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너무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적 사실에만 집중하게 되어 통찰이 일어나기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직관형은 시간 관리가 어렵고 행동이 다소 모호한 경향이 있다.
 
직관을 주기능으로 가진 사람의 한계는 씨앗만 뿌리고 수확은 거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초기의 어려움을 견디며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직관형은 이런 인내가 부족하다.
 
그들은 사업을 시작하고 나면 그것으로 만족해버린다. 결국 손해를 보며 사업을 매각하게 되고, 이를 인수한 새 주인이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직관형은 늘 새로운 것을 발명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나기도 한다. 그러나 더 균형 잡힌 태도로 인내심을 키우고 주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외향적 직관형은 특히 자기 몸 관리에 소홀하다. 피로를 느끼지 못하다가 쓰러져서야 알아차리며, 배고픔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지나치게 일방향적인 경우에는 신체적 감각 자체를 거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열등기능 Si

 
열등 기능인 감각은 다른 모든 열등 기능과 마찬가지로 느리고 무거우며 감정이 충만하다. 이는 내면을 향하고 있어 외부 세계와 사건들로부터 멀어지며, 다른 열등 기능들처럼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외향적 직관형의 사업가의 경우
 
 
그의 내향적 감각은 꿈속에서 더럽고 추악한 방랑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방랑자는 그의 육체적 증상들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방랑자와 같은 옷을 입고 시골을 산책하면서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장거리 산책, 자연과의 접촉에서 오는 깊은 내적 경험)
 
내가 보기에 이는 매우 원시적인 방식으로 자연 속에서 신성을 경험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산책에서 돌아온 후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침착해졌다. 그는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자신의 내면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강박적 증세들은 몇 주간의 이러한 산책을 통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과제는 이러한 치유 경험을 어떻게 지속하고 강박 증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가였다. 나는 내담자에게 꿈속의 방랑자에게 다시 물어보도록 제안했고, 방랑자는 일주일에 한 번 혼자 자연 속에서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면 증상이 사라지도록 해주겠다고 답했다. 내담자는 한동안 이 조언을 따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옛 습관으로 돌아가 증상이 곧바로 재발했다.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태도를 바꾸어 규칙적으로 산책을 했고, 상태가 다시 호전되었다. 마침내 그는 작은 농장과 말 한 마리를 구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말을 돌보는 일에 종교적 헌신과도 같은 정성을 쏟았고, 말은 그의 친구가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열등기능이 무의식의 깊은 층을 경험하는 통로임을 알 수 있다. 이 직관형 인물은 자연과 말과의 교감을 통해 자아와 자아의 의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분명한 것은 열등기능이 외적으로 표현되더라도(이 사례에서는 말을 통해) 거기에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말을 돌보는 행위는 그에게 비인격적 집단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첫 시도였다. 직관형에게는 이처럼 구체적이고 점진적인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말은 무의식의 상징이야”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말을 돌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록 말이 상징임을 알고 있더라도 말이다.
ENTP/ENFP 외향적 직관(외향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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