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Gustav Jung
Carl Jung 칼융의 내향적 감각
1. 내향적 감각(Si)의 특징
1. 내향적 감각의 기본 특성
감각은 본질적으로 객체와 객관적 자극에 의존하지만, 내향적 태도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 감각에는 주관적 요인이 존재하는데, 이는 감각되는 대상뿐만 아니라 감각하는 주체—즉, 감각적 자극에 자신의 주관적 성향을 투영하는 주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향적 태도에서의 감각, 내향적 감각은 주로 지각의 주관적 측면을 기반으로 한다.
2. 예술을 통한 주관적 감각의 이해
예술 작품을 통해 이러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 화가들이 같은 풍경을 사진처럼 정확하게 그리려 해도 각자의 그림은 서로 다르게 표현된다. 이는 기술적 능력의 차이가 아닌, 각 화가만의 고유한 시각에서 비롯된다. 특히 일부 작품에서는 대상의 분위기와 움직임을 통해 화가의 심리적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주관적 요소가 작품 창작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3. 주관적 감각의 특징과 작용
감각의 주관적 요인은 앞서 설명한 다른 기능들과 본질적으로 같다.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이 이루어질 때, 무의식적 성향이 이를 변화시켜 객체가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때 감각은 주로 주체와 연결되며, 객체는 부차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예술은 이러한 주관적 요인의 강력한 영향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주관적 요인이 너무 강해져서 객체의 작용이 완전히 억제되기도 하지만, 감각은 본질적으로 여전히 감각으로 남는다. 다만 이때의 감각은 주관적 요인의 지각으로 전환되어, 객체는 단순한 자극제로만 작용하게 된다.
4. 내향적 감각의 지각 방식
내향적 감각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감각 기관을 통한 정상적인 지각이 이루어지더라도, 마치 객체가 주체의 내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하며, 주체는 다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게 대상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체는 다른 모든 사람과 동일한 것을 지각하지만, 순수한 객체의 작용에만 머무르지 않고 객관적 자극이 불러일으킨 주관적 지각에 깊이 몰입한다. 이러한 주관적 지각은 객관적 지각과 뚜렷이 구별되며, 주관적으로 지각된 내용은 객체 자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거나 단지 암시적으로만 존재한다.
즉, 주관적 지각은 여러 사람에게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사물의 객관적 형태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이는 의식의 산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순수하지만, 분명한 정신적 특성을 지닌다. 그 안에서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질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질서는 의식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며, 집단적·무의식적 전제와 성향, 신화적 이미지, 그리고 관념의 원초적 가능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관적 지각은 객체의 순수한 모습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다만 이러한 의미는 주관적 요인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파악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주관적 인상이 실제 객체와 동떨어져 지각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5. 내향적 감각의 정신적 차원
내향적 감각은 물리적 세계의 표면보다는 그 이면을 포착한다. 객체의 현실성보다는 주관적 요인의 현실성—즉, 심리적 거울 세계를 나타내는 근원적 이미지들의 현실성—을 더 강하게 인식한다. 이 거울은 특별한 능력을 지니는데, 의식의 현재 내용을 우리가 익숙한 형태가 아닌 영원성의 관점에서—마치 백만 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의식을 통해 보는 것처럼—보여준다. 이러한 원형적 의식은 사물의 생성과 소멸을 현재의 순간에서 동시에 볼 뿐만 아니라, 생성 이전과 소멸 이후의 존재까지도 포착한다.
이 의식에게 현재의 순간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내향적 감각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객체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태고와 미래의 주관적 경험이 침전된 것을 객체 위에 덧입힌다. 이로써 단순한 감각적 인상은 예감으로 가득 찬 깊이로 확장된다. 반면 외향적 감각은 순간순간 외부에 드러난 사물의 존재만을 포착한다.

2. 내향적 감각형(iS_J)
1. 내향적 감각형의 기본 성향
내향적 감각이 우세한 경우 일정한 유형이 형성되며, 이는 몇 가지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이 유형은 이성적 판단으로 상황을 선별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르므로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외향적 감각형이 객체의 작용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 반면, 내향적 감각형은 객관적 자극이 불러일으키는 주관적 감각의 강도를 따른다. 객체와 감각 사이의 관계는 비례하지 않으며, 겉으로 보기에 부정확하고 임의적이다. 따라서 어떤 것이 인상을 남기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을지 외부에서는 예측할 수 없다.
2. 표현의 어려움과 외부와의 관계
표현 능력과 의지가 감각 강도에 비례한다면 이 유형의 비합리성은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생산적인 예술가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대부분의 내향적인 사람들은 표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들의 비합리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조용하고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이성적 절제로 인해 주목받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피상적 판단이 잘못될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이 객체와의 관계 맺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3. 객체와의 상호작용 방식
정상적인 경우, 객체는 의식적으로 평가절하되지 않지만 객체의 자극이 즉시 주관적 반응으로 대체된다. 이는 실제 객체와 거의 관련이 없으며, 결과적으로 객체를 평가절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유형을 관찰하면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 ‘객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 모든 본질적인 것이 객체 없이도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의문은 극단적인 경우에만 해당하며, 정상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감각에는 객관적 자극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유형에서는 그 자극이 외부에서 예측 가능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4. 현실 인식과 주관적 경험
외부에서 보면 객체가 주체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주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내용이 객체와 주체 사이에서 작용하여 객체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용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의도적으로 객체의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심각한 경우에는 이러한 보호적 방어가 나타날 수 있다. 무의식이 조금만 강해져도 주관적 감각이 매우 생생해져서 객체의 영향을 거의 완전히 가려버린다. 결과적으로 주체는 한편으로는 객체가 완전히 평가절하되었다고 느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현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병적인 경우에는 실제 객체와 주관적 지각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중요한 구별 능력은 정신병적 상태에서는 완전히 사라지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 단계에서도 실제 객체를 명확히 인식하면서 주관적 지각이 사고, 감정,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객체의 영향력이 특별한 조건—예를 들어 매우 강하거나 무의식적 상과 일치하는 경우—으로 인해 주체에게 영향을 미칠 때는, 이 유형의 정상적인 사례조차도 무의식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객관적 현실에서 보면 망상적이고 매우 기이해 보이는데, 이는 이 유형의 주관성이 현실과 괴리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5. 대인관계와 사회적 특성
객체의 영향력이 완전히 침투하지 못할 때, 이 유형은 무관심한 호의를 보이며 상황을 진정시키고 조정하려 한다. 낮은 것은 높이고, 높은 것은 낮추며, 열정은 가라앉히고, 무절제함은 제어하며, 비범한 것은 ‘올바른’ 형식에 맞추는데, 이는 모두 객체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이 유형은 그의 선의가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경우 주변인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존재가 된다. 반면 그의 선의가 확실할 경우에는 타인의 공격성과 지배욕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이들은 타인에게 이용당하다가 갑자기 저항과 고집으로 돌변하는 경향이 있다.
예술적 표현력이 부족한 경우, 모든 인상이 내면 깊숙이 새겨져 의식을 속박하지만, 이러한 매혹적인 인상을 의식적으로 표현하여 다루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의 인상을 원형적 표현으로만 제한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 뿐이다. 사고와 감정이 주로 무의식적 차원에 머물러 있어서, 의식화되더라도 진부하고 일상적인 표현에 그치고 만다. 의식적 기능으로서의 사고와 감정은 주관적 지각을 적절히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이 유형은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개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6. 내면세계와 무의식적 특성
그는 성장하면서 점차 객관적 현실에서 멀어져 주관적 지각의 세계로 빠져든다. 이러한 지각은 그의 의식을 원시적 현실로 이끌지만, 그는 비교 판단력이 부족하여 이를 깨닫지 못한다. 그가 실제로 살아가는 곳은 신화적 세계다. 그곳에서는 사람, 동물, 기차, 집, 강과 산이 자애로운 신이나 악령으로 나타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는 그의 판단과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마치 이러한 신령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상태는 자신의 감각이 현실과 크게 괴리되어 있음을 발견할 때에야 비로소 인식된다.
객관적 이성이 강해지면 이러한 차이를 병리적 현상으로 여기게 되고, 반대로 자신의 비합리성을 수용하여 주관적 감각을 현실로 받아들이면 객관적 세계는 그에게 허상이자 희극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이러한 딜레마는 극단적인 경우에만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폐쇄성과 현실의 진부함 속에 안주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현실을 원시적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7. 직관과의 관계 및 신경증적 특성
그의 무의식은 주로 직관의 억압으로 인한 특징을 나타내는데, 이때의 직관은 외향적이며 원시적인 성격을 지닌다.
외향적 직관은 객관적 현실의 모든 가능성을 예리하게 ‘감지하는’ 민완성(敏腕性)이 특징이다. 반면 무의식 속의 원시적 직관은 현실의 불확실하고 어두운 위험한 이면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다.
이러한 직관이 작동하면 다른 사람들의 실제 의도나 생각은 의미를 잃게 되는데, 이는 이 직관이 의도가 드러나기도 전에 모든 가능성을 이미 감지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직관은 위험하고 파괴적인 성질을 띠게 되며, 이는 의식의 호의적이고 선한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주체가 객체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이 무의식적 직관이 의식의 환상적이고 순진한 태도를 유익하게 보완한다. 하지만 무의식이 의식과 대립하면, 이러한 직관들이 표면화되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이들은 강제적으로 밀려들어와 객체들에 대한 극도의 적대적 강박관념을 일으킨다. 이로 인한 신경증은 주로 강박신경증의 형태를 띠며, 히스테리적 특성들은 탈진 증상 뒤로 물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