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Gustav Jung
Carl Jung 칼융의 내향적 감정
1. 내향적 감정(Fi)의 특징
1. 내향적 감정의 기본 특성
내향적 감정 활동에서는 주관적 요인이 핵심적인 결정 요소다. 이는 사고 기능에서 내향과 외향이 구분되듯이, 감정 판단에서도 내향적 감정과 외향적 감정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내향적 감정 과정은 지적으로 설명하거나 정확히 묘사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일단 그 특성을 알아차리면 그 고유한 성질이 분명히 드러난다.
2. 감정 표현과 객체와의 관계
이 감정은 표면적으로 대상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다. 긍정적인 감정의 존재는 간접적으로만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감정은 객관적인 것에 순응하기보다는, 그 기저에 있는 이미지들을 무의식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오히려 이를 초월하고자 한다.
내향적 감정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과거에 마주했던 것 같은 심상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객체들은 내향적 감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무시되는 듯하다. 내향적 감정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내적 강렬함이며, 객체들은 이러한 강렬함을 자극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3. 내향적 감정의 깊이와 방어
이 감정의 깊이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는 있으나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다. 이는 타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특성을 만들어내는데, 외부 세계의 강렬함에 압도되어 주체가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후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자기보호의 방편으로 부정적 판단이나 표면적 무관심이라는 가면 뒤로 숨는다.
근원적 이미지들은 감정과 이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선, 자유, 불멸과 같은 근본적 이념들은 관념적 의미와 감정적 가치를 동등하게 갖는다. 따라서 내향적 사고에서 언급된 모든 특성이 내향적 감정에도 적용되는데, 다만 여기서는 모든 것이 사고가 아닌 감정을 통해 경험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은 감정보다 표현하기가 쉽기 때문에, 이러한 풍부한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전달하려면 뛰어난 언어적 또는 예술적 능력이 필수적이다.
4. 감정 전달의 어려움
주관적 사고가 객체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듯이, 주관적 감정은 이해받기가 더욱 어렵다. 이러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외적 형태가 필요하다. 이 형태는 주관적 감정의 본질을 온전히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의 내면에 공명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내면(그리고 외면)은 서로 비슷하여 이러한 전달이 가능하지만, 감정 활동이 근원적 이미지라는 귀중한 보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 그에 걸맞은 표현 형태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5. 자기중심성의 위험성과 한계
그러나 감정이 자기중심성으로 왜곡되면 자아에만 몰두하여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잃게 된다. 이때 사람은 감상적 자기애에 빠지고,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며, 병적인 자기도취에 빠진 모습을 보인다.
내향적 사고의 주관화된 의식이 추상화(抽象化)를 거듭하다 결국 공허한 사고에 이르듯이, 자기중심적 감정 역시 실체 없는 열정으로 전락하여 자기 자신만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단계는 신비적·망아적(忘我的) 성격을 띠며, 감정에 의해 억압되었던 외향적 기능들이 표출되도록 이끈다.
마치 마술적 힘이 깃든 대상에 매달린 원시적 감정이 내향적 사고와 대립하듯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사실에 얽매인 원시적 사고는 감정과 대립한다. 감정은 점차 외부 대상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주관적 행동과 양심의 자유를 얻게 된다. 이러한 자유는 때로 모든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강해질수록, 무의식적 사고는 역설적으로 객관적 현실의 지배를 받게 된다.

2. 내향적 감정형(I_FP)
1. 내향적 감정형의 기본 특성
내향적 감정이 우세한 성향은 주로 여성들에게서 나타난다. ‘잔잔한 물은 깊다’라는 속담이 이들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한다. 이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쉽게 친밀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흔히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나 평범한 가면 뒤에 자신을 숨기며, 침울한 기질을 보인다. 주관적 감정에 이끌리는 이들은 먼저 나서서 행동하지 않으며, 자신의 진정한 동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밖으로는 눈에 띄지 않고 편안한 모습을 보이며, 타인을 부추기거나 인상을 남기거나 영향을 미치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무심하고 냉정해 보여 타인의 행불행(幸不幸)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데, 이는 객체와 거리를 두는 태도가 뚜렷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유형(건강한 상태)의 경우, 이런 차갑고 무심한 태도는 다른 사람이나 상황이 지나치게 강하게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때만 나타난다.
2. 감정 표현과 대응방식
이 유형이 객체의 감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상대방이 너무 강한 감정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바꾸려 하지 않을 때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들은 객체의 본래 감정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이를 억제하거나 차단하며, 더 정확히 말하면 부정적 감정 판단으로 ‘냉각’시킨다. 항상 조용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려 노력하지만, 낯선 이들에게는 친근하거나 따뜻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무심하고 냉정한 거리두기를 한다.
이들 앞에서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이 유형은 열광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처음에는 중립적 호의를 보이지만, 때로는 우월감과 비판을 드러내어 예민한 상대방의 기를 꺾기도 한다. 격렬한 감정을 차가운 냉정함으로 단번에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이 무의식에서 비롯되어 개인을 사로잡거나, 다시 말해 어떤 근원적·감정적 심상이 이 유형을 지배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경우 이 유형의 여성은 일시적 마비를 겪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는 더욱 강하게 저항하여 그 대상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다.
객체에 대한 관계는 조용하고 안전한 중간 수준의 감정 범위에 머무르며, 정열과 광기는 단호히 거부된다. 이처럼 제한된 감정 표현으로 인해 상대방은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이러한 감정적 결핍이 무의식 속에 남아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력한 주의가 필요한 무의식적·감정적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내면의 감정 깊이
이 유형은 대체로 냉정하고 과묵해 보여 겉보기에는 감정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다. 이들의 감정은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내면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즉, 감정이 안으로 깊이 전개된다. 예를 들어, 외향적 동정심이 적절한 때에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었다가 쉽게 사라지는 것과 달리, 내향적 동정심은 겉으로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내면에서 뜨겁게 깊어져 세상의 모든 고통을 품은 채 단단히 자리 잡는다.
이러한 동정심이 극에 달하면 영웅적 행위로 폭발할 수 있으나, 객체와 주체 모두 그 행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외부에서 볼 때, 특히 외향적인 사람들의 눈에는 이러한 동정심이 차갑게 비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외향적 판단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오해는 내향적 감정형이 살면서 겪는 전형적인 경험이며, 이들이 객체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주요한 증거로 여겨진다.
이러한 감정 활동의 진정한 대상은 정상 유형 자신에게도 예감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이들은 종교적 성향이나 조용한 시적(詩的) 표현을 통해 자신의 목표와 내용을 드러내며, 이때 세속적 시선을 조심스럽게 경계한다. 이 과정에서 객체에 대한 우월성을 유지하려는 은밀한 야심이 없지 않다.
자녀를 둔 부인들은 이러한 감정을 자녀들에게 투영한다. 그들은 조용히 아이들에게 자신의 열정을 불어넣는다. 정상형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경향—즉, 내면의 감정을 객체에 드러내거나 강요하려는 성향—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그러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는 불가피하게 객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주로 은근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지배욕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압박감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4. 영향력과 권력 관계
이로써 이 유형은 일종의 비밀스러운 힘을 얻게 되는데, 이는 특히 외향적인 남성들을 매료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들의 무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은 무의식적 이미지들에서 비롯되지만, 의식이 이를 자아와 쉽게 연결하면서 그 영향이 왜곡되어 개인의 횡포로 변질될 수 있다. 만약 무의식적 주체가 자아와 동일시되면, 감정의 비밀스러운 힘마저 단순한 지배욕과 허영심, 강압적 태도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 나타나는 특정 여성상은 무분별한 명예욕과 교활한 잔인성으로 악명을 떨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신경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자아가 무의식적 주체 아래에 있음을 인정하고 감정이 자아보다 더 큰 힘을 지님을 받아들이는 한, 이 유형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무의식적 사고는 원시적이지만, 자아를 주체로 높이려는 간헐적 충동을 제한함으로써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 사고의 영향을 완전히 억누르고 자아가 주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무의식적 사고는 적대적으로 변하여 외부 대상들에게 투사된다.
5. 병리적 발전과 결과
자아중심적이 된 주체는 이전에 경시했던 객체들의 영향력과 의미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며, 특히 ‘타인의 생각’에 예민해진다. 이들은 타인들이 불순한 의도와 은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에 대응하여 주체는 자신만의 방어책을 세우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주변을 경계하며,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결국 주체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위협적인 소문들 속에서 자신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끊임없는 은밀한 경쟁 관계가 형성되며, 이들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할 뿐만 아니라 선의조차 악용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정신적·육체적 소진으로 이어진다. 이때 발현되는 신경증은 히스테리보다는 신경쇠약의 형태를 보이며, 특히 여성의 경우 빈혈과 그에 따른 신체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