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Jung 칼융의 외향적 감각

사실주의에서는 어떤 유형도 외향적 감각형을 능가할 수 없다. 그의 객관적 사실 감각(事實感覺)은 매우 발달되어 있다. 그는 삶에서 구체적 대상에 대한 현실적 경험들을 쌓아가지만, 특징이 뚜렷한 유형일수록 이러한 경험을 실제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의 체험이 ‘경험’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의 감각은 단순히 새로운 감각으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만 할 뿐이다. 그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모든 새로운 것은 감각을 통해 얻어지므로, 감각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가 순수한 사실들을 뛰어나게 감지하는 것을 보고 이를 이성적이라 오해하여 칭찬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 이는 그들이 합리적인 일뿐만 아니라 비합리적인 우연까지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특히 남성의 경우—자신이 감각에 ‘따른다’는 표현에 거부감을 보이며, 그런 말을 부적절하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감각은 삶의 구체적 표현이자 풍요로운 삶 그 자체다. 그들의 의도와 도덕성은 구체적 향유를 지향하며, 이는 절제와 법칙성, 공정함과 헌신적 자세라는 그들만의 특별한 도덕을 수반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천박한 감각적 쾌락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감각을 매우 심미적이고 순수한 방식으로 발달시키며, 가장 추상적인 감각에서조차 객관적 감각의 본질을 유지한다. 불펜의 『삶의 향유에 대한 거침없는 안내서』는 이런 유형의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유형의 사람은 처음에는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현실만을 중요하게 여기며, 깊이 있는 사고나 상황 통제를 회피한다. 그의 주된 동기는 대상을 감지하고, 감흥을 느끼며,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그는 결코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호감을 주고 삶을 즐길 줄 아는 활기찬 사람으로서, 때로는 유쾌한 친구가 되고, 때로는 안목 있는 심미가가 된다. 유쾌한 친구로서는 잘 차려진 점심 식사를 통해 인생의 큰 문제를 해결하고, 심미가로서는 세련된 취미로 그렇게 한다. 그에게는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곧 본질적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이루어내는 것이며, 그 이상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적이거나 추상적인 추측은 오직 감각을 강화할 때만 받아들여진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쾌락이 아닌 강렬한 감각이며, 이는 그의 본성상 반드시 외부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는 내면에서 오는 것을 병적이고 경멸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그의 사고와 감정은 언제나 객관적 근거—즉, 외부 대상으로부터 오는 영향—로 환원되며, 논리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직 만질 수 있는 현실만이 그에게 안정감을 준다. 이런 면에서 그는 의외로 쉽게 무엇이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기압이 심인성 증상과 관련이 있다거나 심리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설명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는 오직 외부 대상의 감각적 자극만을 사랑한다.

정상적인 경우, 그는 주어진 현실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며, 이는 그의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그의 이상은 사실성이며, 이 점에서 매우 신중하다. 이념적 이상이 없기에 현실에 저항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행동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모든 외양과 언행에서 나타난다. 그는 상황에 맞게 옷을 갖춰 입고, 방문객들에게 좋은 음식과 음료, 편안한 의자를 제공한다. 그의 세련된 취미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그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해도 수용한다. 그는 멋과 감각을 위해서라면 불편함이나 금전적, 시간적 손실도 감수할 만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감각이 지나치게 우세해져 주체가 감흥(Sensation)에 빠져들수록, 이 유형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게 된다. 이들은 단순한 쾌락만을 추구하거나 미적 가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극단적 심미주의자로 변모한다. 그 결과, 대상이 자신에게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그 본질적 가치를 훼손한다.

대상은 무자비하게 억압되고 착취되어 단순한 감각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대상에 대한 속박이 극에 달하면, 무의식은 더 이상 보상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저항을 시작한다. 특히 억눌렸던 직관이 힘을 얻어 대상에 투사되면서 터무니없는 억측이 생겨나고, 성적 대상에 대한 강한 질투심이 작용하며, 깊은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다양한 공포증과 강박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병리적 증상들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주로 도덕적이고 기이한 의식을 동반하는 원시적이고 미신적인 ‘마술적’ 종교성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억압되고 미발달된 기능들에서 비롯된다. 이 기능들은 의식의 사실 감각과 완전히 대립되는 비현실적 전제들에 기초하고 있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제2의 성격에서는 감정과 사고 활동의 교양이 병적인 원시성으로 왜곡된다. 그 결과 이성은 궤변과 강박적 집착으로, 도덕은 공허한 설교와 위선으로, 종교는 맹목적 미신으로 변질된다. 더욱이 인간의 고귀한 예지 능력은 사소하고 편협한 궁리벽으로 전락하여 무의미하게 이곳저곳을 들추어보는 행태가 된다. 결국 폭넓은 시야를 잃은 채 지나치게 인간적인 사소함이라는 바늘구멍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 유형의 신경증적 증상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강박적 성격은 지각에만 몰두하는 의식이 도덕적 제어를 상실한 것에 대한 무의식의 반작용이다. 합리적 판단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현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태도다. 감각형의 무전제성이 반드시 절대적 법칙의 상실이나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판단을 통한 근본적 제약이 부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합리적 판단은 의식적 강박성으로 발현되며, 합리적 유형은 이를 자발적으로 수용한다. 감각형에게는 이러한 강박성이 무의식으로부터 돌발적으로 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