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Gustav Jung

Carl Jung 칼융의 외향적 감정

1. 외향적 감정(Fe)의 특징

1. 외향적 감정의 기본 개념

외향적 태도에서 감정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을 향한다. 즉, 감정의 방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객체, 외부 대상이다. 감정을 단순히 주관적 상태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외향적 감정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외향적 감정은 주관적 요인에서 벗어나 외부 대상의 영향을 따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구체적 대상의 특질과 무관해 보일 때조차도, 이는 전통적이고 보편타당한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2. 감정 판단의 사회적 기준

무언가를 ‘아름답다’ 또는 ‘좋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평가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절하다’는 것은 그 반대로 판단할 경우 일반적인 감정의 흐름을 거스르게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감정 판단은 가식이나 거짓이 아닌, 자연스러운 사회적 순응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어떤 그림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 거실에 걸린 유명 화가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정받기 때문이거나, 

– 그림을 구매한 가족의 감정을 배려하거나, 

– 방문객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감정들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형성되어 진정성 있는 구체적 감정으로 표현된다. 외향적 사고가 주관성을 극복하려 하듯, 외향적 감정도 발달 과정에서 주관적 요소를 제거한다. 이로 인한 가치 평가(Bewertungen)는 객관적 가치나 적어도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부합하게 된다.

3. 외향적 감정의 긍정적 영향

이러한 종류의 감정이 존재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연극, 음악회, 교회에 기꺼이 참여한다. 새로운 유행이 생기고 사회적·박애주의적 활동과 문화 사업들이 널리 지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외향적 감정은 창조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감정이 없다면 사람들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외향적 감정은 외향적 사고만큼 중요한, 이성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4. 외향적 감정의 부작용

하지만 객체가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가지면 이러한 유익한 효과는 사라진다. 이때 감정 활동은 인격을 과도하게 외부 대상에 매몰시킨다. 즉, 객체가 사람을 완전히 동화시켜 감정 활동의 핵심인 개인적 특성이 상실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감정은 차갑고 사무적이며 신뢰할 수 없게 변한다. 

이는 숨겨진 의도를 드러내어 객관적인 관찰자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진정한 감정 활동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느낌은 사라지고, 자아중심적 의도가 없더라도 가식적이고 연극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과장된 외향적 감정 활동은 겉으로는 심미적 기대를 충족시키지만, 가슴이 아닌 머리에만 닿을 뿐이다. 그것은 생명력을 잃은 것이다.

5. 극단적 외향적 감정의 결과

이러한 과정이 심화되면, 감정 활동은 뚜렷한 모순과 해리 현상을 나타낸다. 모든 대상을 감정적 가치 판단으로만 통제하려 하면서 서로 상충하는 수많은 관계가 형성된다. 주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고유한 관점마저 완전히 소멸하고 만다. 

주체가 각각의 감정 상태에 완전히 함몰되기 때문에, 관찰자의 눈에는 감정 표현만 존재할 뿐 그 이면의 진정한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상태의 감정 활동은 인간 본연의 온기를 완전히 상실하여, 가식적이고 들뜨며 신뢰할 수 없게 되거나, 심각한 경우 히스테리적 성향을 띠게 된다.

ESFJ/ENFJ 외향 판단

2. 외향적 감정형(e_FJ)

1. 외향적 감정형의 특성

감정이 사고보다 여성 심리에서 더 두드러지는 특성이므로, 여성들에게서 뚜렷한 감정형이 자주 나타난다. 외향적 감정이 우세한 경우를 외향적 감정형이라 하며, 이는 주로 여성들에게서 발견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감정의 표준에 따라 살아간다. 교육을 통해 그들의 감정은 의식적 통제를 받는 순응적 기능으로 발달하며, 일반적인 경우 감정에는 개인적 특성이 있으나 주관성은 크게 억제된다. 그 결과 이들의 성격은 주변 상황에 잘 적응하는 특징을 보이며, 그들의 감정은 사회적 기준—객관적 상황과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배우자 선택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이 유형의 여성은 ‘적당한’ 남성을 선택한다. 그가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그녀의 내면적 본질과의 공명 때문이 아니라—대개 그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사회적 지위, 나이, 재산, 키, 가정 배경 등 현실적 조건들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는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이들은 선택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이러한 ‘분별 있는 현실적인’ 결혼은 흔하며, 대체로 성공적이다. 평범한 정신적 기질의 남편과 자녀를 둔 외향적 감정형 여성들은 훌륭한 아내이자 어머니가 된다.

2. 사고와 감정의 관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방해도 받아서는 안 되는데, 사고만큼 감정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따라서 이 유형에서는 사고를 최대한 억제한다. 하지만 이는 외향적 감정형 여성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녀는 많은 생각을 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만, 그녀의 사고는 감정을 따르게 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한 여성 환자가 이를 잘 표현했는데,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즉,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생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들은 감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사고하고 판단한다. 이 범위 내에서는 뛰어난 사고력을 보이지만, 아무리 논리적인 결론이라도 감정을 거스르면 즉시 거부한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고, 나머지는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대한다.

3. 감정의 변화와 자아

외부 대상, 객체의 의미가 지나치게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감정이 외부 상황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아 주체가 객체에 동화되면서 감정의 주체성이 흐려진다. 감정 활동은 개인적 특성을 잃고 순수한 감정이 되어, 순간순간의 감정 속에 인격이 녹아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상황이 끊임없이 변하면서 서로 다른, 때로는 정반대의 감정이 일어난다. 이때 한 사람의 성격이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 속에 파묻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즉, 같은 사람이 때로는 이렇게, 때로는 저렇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실제로 한 사람이 여러 인격을 가질 수는 없다. ******자아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계속 변화하는 감정 상태들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이 보이는 감정을 진정한 자아의 표현이 아닌 단순한 기분 변화로 여기게 된다. 자아와 일시적인 감정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자기 모순적인 행동이 더 자주 나타난다.

4. 무의식적 저항과 사고의 억압

이러한 상황에서 무의식은 이를 보상하려는 저항을 시작한다. 이는 먼저 과장된 감정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감정을 요란하게 표현하고 고집을 부리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 공허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과장된 표현은 내면의 저항을 과잉 보상하려는 시도이며,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과 실제 감정 사이의 불일치를 암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과 판단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결국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결정을 미루기 시작한다.

이 유형에게는 타인과의 깊은 감정적 유대가 매우 중요하기에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해소하려 더욱 애쓴다. 하지만 타인과의 감정적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할수록 무의식적 저항이 커져 상황은 오히려 악화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감정을 가장 크게 방해하는 것이 사고이기에 외향적 감정형은 사고를 가장 많이 억제한다. 마찬가지로 사고도 순수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 감정적 평가만큼 사고를 방해하고 왜곡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향적 감정형은 독립적 기능으로서의 사고를 억압한다. 완전한 억압은 아니지만, 사고의 엄격한 논리는 감정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결국 사고는 감정의 봉사자, 더 정확히는 감정의 노예가 된다. 사고는 감정의 통제를 받아 자유롭게 작동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논리적 결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고가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바로 의식 밖, 즉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이 유형의 무의식은 주로 유아적·원시적·부정적인 특이한 사고 형태로 나타난다.

6. 무의식적 사고의 특성과 영향

건강한 사람의 경우, 감정이 개성을 잘 표현하는 동안에는 무의식적 사고가 감정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인의 성격이 다양한 감정에 휘둘려 무너지면 자기다움을 잃고 무의식에 빠져든다. 이때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적 생각들이 간혹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정에 더 많이 휘둘릴수록—즉 자신을 더 많이 잃어갈수록—무의식은 더욱 강하게 저항한다.

무의식 속에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생각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건 별거 아니야’ 또는 ‘그저 그런 거야’라는 식의 생각이 떠오르면서 특정 대상에 대한 지나친 감정적 애착을 줄이려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문득 의식 속으로 떠오르며, 특히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대상들에 대해 최악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부정적 생각은 감정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 유아적 편견과 비교를 활용한다. ‘이건 그저 그런 것일 뿐이야’라는 식으로 감정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려 하며, 이 과정에서 원시적 본능이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단적 무의식, 즉 원초적 상像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인간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이미지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용을 통해 외향적 감정은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유형에서 나타나는 주된 신경증은 히스테리이며, 무의식의 유아적-성적 표상 세계가 그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