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포일다의 시간

청사포일다의 시간

청사포일다의 시간

청사포 일다의 시간

청사포일다를 운영하며 보낸 시간은 사람과 동물,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깊이 돌아보게 했다. 청사포는 ‘고양이 마을’로 유명했으며, 마을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을 함께 돌보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 작은 세계의 주인공인 고양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함께했다.

샤니, 우리의 스타

샤니는 우리가 카페를 운영하기 전부터 그곳에 터를 잡은 보스 고양이였으며, 카페 앞마당은 샤니가 허락한 친구들만 드나들 수 있었다. 샤니는 단골손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우리의 스타였고, 카페 매니저는 샤니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어 ‘샤니 엄마’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샤니는 낮에는 들판을 자유롭게 누비다가 밤이 되면 카페 안에서 잠을 청했다. 아침이면 샤니가 기지개를 켜며 앞마당으로 나오고, 그러면 샤니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함께 북어를 먹으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카페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게를 정리하면서 가장 염려했던 것은 우리가 떠난 뒤 고양이들의 삶이었다. 야생의 존재를 길들인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다. 

앞마당에서 생활하던 샤니의 친구들은 마을의 캣맘이 돌봐주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샤니는 정이 깊이 들었던 매니저가 데려가 키우기로 했다. 청사포의 들판을 자유롭게 뛰어놀던 샤니를 데려간다는 것은 자신의 터전과 친구들을 떠나 집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일이었기에, 이 결정은 우리 모두에게 괴로웠다. 샤니를 데려가 돌보는 것이 과연 샤니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샤니는 매니저의 돌봄으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청사포에서의 그 시절이 그립지 않을까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존재들 사이의 거리

예술적 거리(Artistic distance)는 예술가가 작품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지, 간접적으로 전달할지에 따라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학적 거리(Aesthetic distance)는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허구임을 인식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뜻한다. 예술 작품의 창작과 감상에서 주체와 대상의 거리 조절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거리’라는 말이 관계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distance’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the amount of space between two places or things,

두 장소나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의 양’. 이 말은 나에게 ‘두 사물 사이, 두 존재 사이에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사물 사이의 물리적 ‘공간’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 나아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공간이 놓여 있다. 그 공간을 지나 대상에게 다가가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곁을 내어주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마음이 쌓여간다. 켜켜이 쌓인 마음의 무게는 서로의 거리를 지키게 하고, 그 관계를 서로에게서 지켜내게 만든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애정을 주고받는 모든 관계에는 사이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최단 거리인 직선이 아니라 최대한 천천히 돌아가는 것, 그것이 애정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거리와 시간의 쌓임이 우리와 고양이들 사이의 특별한 유대를 형성했고, 그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자연에 속한 존재들, 동물 그리고 인간

어둡고 힘든 시간을 보낸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시간과 공간은 더없는 아름다움으로 위안을 준다. 그리고 동물들은 인간이 아닌 자연에 속해 있을 때, 자신의 울림과 자기의 소리를 내며 생명력으로 충만하다. 그때 인간은 동물을 보살피는 게 아니라 그저 서로 만날 뿐이다. 존재들은 각자의 공간에 있다가 잠시 서로의 공간이 겹쳐진다. 한 존재와 존재가 만날 때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존중이 아닐까?

야생의 존재에게 자기의 공간, 영역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고양이에게 그 순간은 언제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악질’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하찮은 하악질이지만 새끼 고양이는 마치 자신이 맹수라는 듯 도도하게 위엄을 드러낸다. 그 작은 몸짓으로 동료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인간에게는 그들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인간과 동물, 우리는 모두 자유로운 존재이다. 자유로운 존재인 우리는 늘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고뇌의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바로 그때, 우리의 생명력이 폭발하는, 우리의 내면이 경이로운 환희로 가득 차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마지막 인사

청사포를 떠나올 때 나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일까? 종잇조각으로 집주인임을 주장하는 이도 아니고, 그로 인해 떠나야 하는 우리도 아니다. 거기에 터를 잡고, 거센 태풍 속에서도 그곳을 목숨 걸고 지키고 있는 고양이들이 진짜 주인이 아닐까? 우리는 고양이들의 집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었다.

청사포일다


해운대와 송정 사이, 한적한 어촌마을 청사포에… 
멋진 돌담너머로 청사포의 푸른바다와 스카이캡슐, 해변 열차가  동화같은 풍경을 보여주던 그 곳,
청사포일다
2019년 4월부터  2022년 8월까지의 기록. 
그리운 그곳

청사포일다의 시간


아름다운 기억들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순간들

청사포일다
일다상점
지리산 오미자, 오미자 에이드
내부 공간
지붕 위의 샤니
달콤쌉살 소금커피
수제팥 우유빙수
샤니
샤니와 아랑이
샤니와 아랑이
베르
아랑이

청사포일다


동화 속 풍경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던 시간들

바다를 달리는 스카이캡슐
골목길 스카이캡슐